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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영원의 무하스테이@도쿄 2025. 1. 18. 10:48
영원의 무하 - 일본어로 뮤샤 (ミュシャ Mucha)
금요일 밤, 어딘가 아늑하게 느껴지는 밤의 분위기.
금요일은 밤이 좋다.
어둠속에 가려져 아늑한 존재가 된 기분일까.
울긋불긋 네온싸인에 가로등 조명까지 그리고 검게 물든 배경속에는 누군가 불쑥 튀어나올것 같은, 이러한 밤은 꼭 마로니에 공원에서 즐겨 찾았던 작은 연극무대를 연상시킨다.
내가 주인공은 아니어도, 조연출이거나 심지어 무대 스태프여도, 하나의 연극이 만들어지는 순간에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짜릿한 경험이 아닐까.
그래서 현대의 인간은 회사업무에 지쳐있는 몸을 어느정도 밤이라는 배경을 통해 치유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그런 금요일 밤, 나는 도쿄 시부야 히카리에에서 열리는 “영원의 무하” 전시를 보러 갔다.
영원의 무하 광고를 본순간, 20미터는 될법한 거대한 홀에, 그 홀을 거의 덮을듯한 사방의 스크린을 설치해서, 100년전의 무하를 만나는 과정은 티켓을 사게 만들었다. (심지어 이번주말에 종료된다)무하와의 첫 만남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색감, 섬세한 선, 평면적인 표현과 대담한 색의 조화. 규칙적이면서도 유려한 배경은 눈과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전시의 시작
이 전시의 관람 방식은 독특했다. 바닥에 둥그렇게 놓인 방석에 앉아 사방의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작품들을 감상하는 형식이었다. 약 200명가량의 관람객들과 함께 무하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의 체코를 배경으로 시작됐다. 무하가 태어난 체코의 작은 마을에서 그의 삶이 시작되고, 이후 파리에서 펼쳐진 그의 예술 활동과 세계 박람회에서의 성공적인 전시까지 이어졌다.
바닥도 프로젝터를 통해 카펫을 연상시키게 한다.
무하의 성공과 새로운 예술
무하는 30대가 되어서야 성공한 늦깎이 예술가였다. 당시 그는 파리에서 출판사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 시즌, 파리의 유명 배우를 위한 포스터 작업 의뢰를 받게 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휴가로 도시를 떠난 상황에서, 그는 작품을 맡겠다고 말했고, 어쩔수 없이 맡겨진 작품은 짧은 납기일에도 불구하고 포스터를 완성해냈다.
이 작품은 배우의 마음에 쏙 들었고, 두 사람은 6년간 전속 계약을 맺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무하는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고, 그의 작품은 파리에서 새로운 예술, 아르누보라 불리는 예술의 시작의 붐을 일으켰다. (아래 첫번째 그림이 그 포스터다)
슬픈 이야기지만, 위대한 예술은 가난뱅이 작가들에게 돈이 뒷받침 되어주지 않으면 탄생할 수 없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주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여성이 어떻게 보여지면 가장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보여질까.. 그리고 그 선율, 그 표정, 눈빛, 손짓부터 요염한 자태등 거기에 더해 화려한 꽃과 화려한 복장, 머리에 걸친 장식이 그 여성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고, 마지막으로 인테리어를 장식하듯 배경은 간결하고 중복적인 모양으로 확실히 주연을 뒷받침 해 주었다. 아름다운 색감, 그리고 그 색들과의 조화는 예술의 감각을 확장해 주었고, 자신만의 독특한 굵은 선의 표현은 무하의 예술을 독창적으로 완성해 주는 듯했다.
체코 독립과 무하의 사명
이후 무하는 1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에 점령된 체코로 돌아가, 예술로 독립운동에 힘을 보탰다. 그의 후반기 작품은 체코의 독립과 민족적 자부심을 표현하는 웅장한 대작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20년을 바쳤고, 이를 "슬라브 서사시"라 불렀다. 그가 남긴 작품은 실제로 다빈치나 레오나르도가 그렸던 그러한 풍으로 그려졌다. 클래식으로 표현이 바뀌긴 했어도 그 웅장함과 예수와 천사들 그리고 악마들이 자연스럽게 연상이 되는, 파리에서의 예술과는 조금 다른방향성을 갖고 작업이 이루어졌는데, 표현방법, 배치, 그리고 작품의도 모두 체코의 독립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자신이 갖고있던 천재적인 색감표현과 예술적인 인간의 얼굴과 바디라인의 표현은 더욱 성숙해 있었다.
무하는 요즘말로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는 직업군에 속했다. 파리에서의 활동 작품은 요즘 타로라는 카드의 그림체와 매우 유사하다. 타로의 그림이 무하의 영향을 받은듯 하다.전시를 마치며 느낀 점
마지막 상영이 끝난 후, 무하의 일대기를 박물관 처럼 전시한 홀로 이동했다.
그리고 마지막 홀인 세번째 홀에서는 무하가 절대 천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과 작품에 참고가 될 만한 것을 수집하기 위한 수많은 낚서들, 파리의 거리에서 찍은 젊은 여인들의 사진, 스크래치 등…
유토피아 시절에는 실제 모델에게 관련 의상과 포즈를 취하게 하고, 그 모습대로 그림의 각자의 위치에 상세하게 그려나간 것…
예전 군대에서 후임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스케치북에 모눈종이와 같이 선을 가로세로로 빼곡히 그려, 사진과 같은 위치에 네모난 칸을 채우거나 그려나가면 똑같이 그릴 수 있다고 말한것이 생각날 정도로
모스크바의 거대한 성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는 모눈종이와 같이 가로세로 선을 빼곡히 그려 그것에 맞춰 그림작업을 한 사진이 있었다.
천재라고하는 정의는 무엇인가? 무엇이 기준이 될까?”무엇 하나를 잘 하는 것이 천재가 아니라, 무엇 하나를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갖고 꾸준히 하는것이 천재가 아닐까.
그 꾸준함은 10년 20년이 아니라 평생을 바쳐서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죽을때 까지.”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예술에 매료되고, 거기에서 공감을 얻는다.
결국 꾸준히 하는 사람은 일반적인 레벨을 훨씬 넘어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되고,
그 새로운 영역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인간이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진리의 영역이 아닐까 생각된다.진리는 아름답고, 진리는 절대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마치 수학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무하가 이러한 영역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자연이 아무런 이유없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처럼, 무하는 새로운 영역에서 그가 발견한 공식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그의 작품은 사실과 기하학을 기반으로 한다.
모네가 파리의 밤거리를 자신의 독특한 색감으로 보듯, 무하또한 색감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것 같다.
미술(美術)이란, 아름다운 미 美 에 기술에 해당하는 술 術 이 합쳐져 있다.
즉, 아름다움을 하는 기술자다. 인간이 느끼는 아름다움은 차이가 있겠지만,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마치 무지개가 아름답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본 사람은 무하를 의도적으로 찬양하는 듯하다.
무하가 애도시대, 메이지 시대의 예술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나 굵은 선과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색감과 2D 기법은 일본의 독특한 부분이기도 하다.
무하가 그린 포스터의 젊은 여성들도 언뜻보면 기모노를 입은 일본여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금요일 밤, 도쿄에서
관람이 끝나고 나니 바로 상품구입 코너가 마련되어있었다.
무하 그림이 그려진 탁상 달력에 호감이 가긴 했지만, 구경만 하고 나왔다.
오늘은 금요일 밤, 수많은 일본사람들 속에 끼어서 같이 무하를 구경했다.
내 눈속에 비춰진 오늘 모인 일본사람들은… 아주 호기심 많은 그리고 예술에 관심이 많은
그저 서울에서와 같이 예술활동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과 같은, 별 차이가 없는 그런 느낌이다.
오늘 관람을 통해 무하에 대해서도 깊이 알게되었지만, 비슷한 일본 사람들의 분위기에
오히려 서울에 있을때와 같은 편안함도 같이 느꼈다.도쿄의 밤은 이렇게 저물어 간다. 무하가 보여준 연극무대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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