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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도쿄] 팝송이 흐르는 카페스테이@도쿄 2025. 2. 22. 09:50
내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주말에도 일하는 상사를 보면서, “일이 재밌어질 나이라고들 하던데… 정말 그럴까?” 하고 의아해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그렇다.
아무도 없는 회사에 가서 조용히 익숙한 데스크에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 내 안에 남아있는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회사로 가는 것은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며, 전철로 20분 거리의 시부야 쉐어라운지에 왔다.
아침 9시, 넓은 공간에 단 세 명.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내려 마셨다.
견과류를 포함한 다양한 간식이 있고, 냉장고 속 음료도 모두 플랜에 포함되어 있다. 하루 종일 이용하는 옵션으로 세금 포함 5,500엔.
이런 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오기에 시끌벅적하지 않다.
조용히 책을 읽고, 회사 메일을 확인하고, 밀린 업무를 정리한다.
이전에는 이런 생활패턴을 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이런 생활이 익숙해 져 간다.
과일이 익어가거나 오래 사용하여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낡은 도구와 비교가 될수도 있다.
역시, 시간이 지나면 파란 사과는 붉게 변하기 마련이다.
설마... 내가? 이렇게 변해? 라고 인식하지 못할때 시간은 변화를 자동으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사춘기 소년 소녀처럼 빨리 어른이 되고싶어 하는 이들에겐 오히려 시간은 조금 더 머물라고 뜸을 들인다.
올해 따라, 거울 속 내 얼굴이 낯설다.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보다, 현실의 나는 더 빨리 변하고 있다. 매일 거울을 보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게 너야. 익숙해지자.”
나릇한 봄이오면, 뜨거운 여름이 오고, 세상 날려버릴것 같은 태풍이 지나고 그리고 잘 여문 단풍의 계절인 가을이 찾아온다. 각종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농사를 뒤돌아 보겠지. 열심히 한 사람은 더 많이 얻을테고, 물질이든 마음이든 풍요를 꿈꾸던 사람은 그만큼 채워질 것이다.
아주 작은 길거리의 꽃 조차 예쁘게 피어있으면 지나가다가도 한번 눈길을 주기 마련이지만, 앙상해져 버린 고목은 추운 겨울이 되도 누구하나 관심주지 않는다.
그리고, 불타오르던 마음도 서서히 사그라지는 어느 날, 몸이 따라주지 않는 시간 속에서, 겨울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살이는 겨울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다.
그저 겨울을 ‘잘 보내는’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가장 추운 겨울을 묵묵히 견디며, 아직 흙 속에 잠든 봄의 새싹들을 지켜줄 뿐이다.
두려움은 없다. 변화, 흐름이라는 것이 놀이동산의 안내원처럼 친절하게 우리를 이끌어 주기 떄문에
그저 흐르는 강물에 떠있는 작은 나뭇잎처럼 그렇게 같이 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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