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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찾아온]과거
    스테이@도쿄 2025. 2. 10. 14:32

    12년 전, 멜번이라는 겨울

    아무도 없는 공간에 2010년대 가요를 틀어놓았다.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내일이 일본의 건국기념일이라 대부분 오늘은 샌드위치로 쉰다. 


    깊이 잊혀졌던 기억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나는 그렇게 키보드를 끄적이고 있었다.

    오래된 폴더를 정리하기 위해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던 USB를 하나씩 꽂아 사진 파일을 정리했다.
    그러다 발견한 오랜 폴더 속 사진.

    12년 전, 호주 멜번에서의 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 시절 대학을 다니며 걷던 멜번의 거리들.
    하지만 사진을 보고도 그 순간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 찍은 사진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12년전 내 소중한 인생의 젊음을 그렇게 보냈던 그곳에서의 남겨진 사진이라는 찌꺼기가

    나를 순간적으로 무척 슬프게 만들었다. 

    대학교 앞 트램


    싸워야 했던 날들

    어떤 연고도 없이 매일 긴장 속에 살아가야 했던 그 시절.
    그저 버텨야 했던 나날들.

    친구는 나무젓가락을 반으로 쪼개 코구멍에 끼우고,
    입술로 물어 슈렉 흉내를 내며 우리를 웃게 했다.

    예쁘장한 나이의 20대 여자였는데, 영상이 흐름에 따라 입가엔 씁쓸함이 남는다. 
    그 웃음 속에서도 나는 내 마음 한구석 차가운 바람이
    쌩 하고 지나가는 걸 느꼈다.
    동영상속 주위는 웃음과 떠들썩한 소리로 가득했지만,
    내 마음속엔 유학 생활의 추위와 고독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웃으면서도 웃지 못했던 그 시절.

    이미 돌 비석에 내 석자를 새기듯, 나라는 인생의 새 페이지는 그렇게 얼룩져 가서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바퀴가 돌아가고 있었다.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그 시절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보물 찾기에서 결국 1시간을 돌아다녀도 아무것도 발견못하고 끝나버린 게임처럼,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껍데기 처럼...

    그저 뭔가 애뜻하고 가슴이 따듯한 생활을 했었더라면 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가슴이 차가워져서 더 이상 사진과 영상을 클릭을 할 수 없었다. 

    내 소중한 추억이지만, 나의 추운 겨울이었던 멜번. 

     

    하우스 메이트와 함께


    멜번의 추운 겨울, 그리고…

    멜번의 겨울은 참으로 추웠다.

    발이 시렵고, 손이 시렵고, 귀가 얼어붙을것 같았던 한겨울 초등학교 등교길,

    나는 그떄를 생각하면 오히려 가슴이 따듯해진다. 

    아마도 손을 잡고 걸어가며 괜찮다고 말해주던 누이가 있어서였을까.

    하지만 멜번의 겨울은 달랐다.
    너무 추워서,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서, 그래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나눌수 없었던 내가 보였다.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

    이제는 늦었지만, 그 시절의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면,
    내가 얼어붙은 마음 대신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싶다.

     

    ”다들 잘 지내고 있는거지? 

    나는 너희들이 살고있는 일본, 그것도 중심부 도쿄에 나도 생활하고 있어. 

    가끔은 붐비는 출, 퇴근 시간에 시부야에서 혹시나 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을까 기대해 보곤해

    너희들도 나처럼 홀로 일본을 떠나서 새로운 멜번이라는 곳에서 많이 추웠고, 불안했을텐데..

    내가 혹시나 너무 이기적이지 않았는지,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는지 걱정되지만,

    지금은 따듯하게 맞아줄수 있어. 

    결국,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남는건 내가 따듯했던 과거만이 나를 위로해 주고 있어.

    그래서, 너희들을 만나지 못해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온기를 전하며 살아갈거야

    하지만, 꼭 이건 말해주고 싶어. 

    미안해, 내 얼어붙은 마음이 그 추위가 아직 녹기도 전에 너희들을 만났던것.

    그리고 어딘가 열심히 살고있을 너희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할게”

     


    가요 속 라이브 소리가 내게 외치는 듯했다.

    또는 나에게 호소하듯, 왜그러냐고 발악하듯 그렇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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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Tokyo-haruharu